[에너지단열경제]이재철 기자
미국 유타대 연구진이 서부 국립공원 등지에서 수집한 미세플라스틱들./유타대학 연구진제공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육지에서도 바람을 타거나 비에 의해 수천㎞ 떨어진 먼 곳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비가 내린 사실로 확인됐다.
미국 유타주립대학 제니스 브라니 박사 연구진은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인 그레이트베이슨과 그랜드캐니언 등지를 포함한 미국 서부 11곳의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 비가 내린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에서 퇴적 샘플 339개를 수집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표본은 전체의 98%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했을 때, 미국 서부 야생지역에 매년 쌓이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1000t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물병으로 쓰이는 페트병 1억2천만∼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서 5㎜에 이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합성수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화학회사들이 제조한 5㎜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팰릿)를 1차 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이 사용되는 과정이나 버려진 이후에 인위적인 행위나 자연 풍화에 의해 조각나 미세화된 플라스틱 파편을 가리킨다.
플라스틱 생산은 해마다 5%씩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한해에만 3억48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용도를 다한 플라스틱 제품은 상당량이 쓰레기로 매립된 뒤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땅이나 민물, 대기, 바다 등으로 확산된다.
이번에 확인된 ‘미세플라스틱 비’의 대부분은 의류 제조에 이용되는 합성 미세섬유로 확인됐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은 채 폐기물 더미와 매립지를 통해 지구의 토양과 바다, 대기로 흩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채집을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했다.
비가 오는 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퇴적 표본을 수집하고, 또 맑은 기간에 한 달 또는 두 달 간격으로 표본을 모았다.
표본을 수집한 지역의 9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는 4㎛부터 188㎛까지 다양했다.
섬유 조각 크기는 20㎛∼3㎜였다.
70%는 25㎛ 이하로, 이 정도 크기면 지구 어디로나 이동할 수 있다.
섬유들도 멀리는 1000㎞까지 날아갈 수 있다.
플라스틱의 밀도(0.65~1.8g/㎤)는 흙(~2.65g/㎤)보다 낮아서, 미세플라스틱은 먼지보다 훨씬 멀리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섬유는 부피 대비 표면적이 커서 항력이 커지고 낙하속도가 느려진다.
연구진은 도심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폭풍 등의 기상 영향으로 대기로 올라갔다가, 비와 눈에 섞여 땅으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또 이보다 더 작고 물기가 묻지 않은 건조 미세플라스틱은 지구의 대기 순환 시스템에 따라 대륙을 넘을 만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플라스틱 소용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브라니 박사는 “플라스틱은 대기로 재 진입될 수 있고, 오랫동안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대기 중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호흡하고 있는 것으로 지구상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은 더 이상 없다”고 지적했다.
또 “미세플라스틱 비는 미생물의 생존 환경을 파괴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생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먹이사슬이 단순하고 토양표층이 얕은 산지 생태계는 특히 미세플라스틱 축적에 예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여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 확산이 세계 미세플라스틱 오염 확산의 중요한 경로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세플라스틱의 다양한 확산의 기원과 경로를 알 수 있는 ‘전 지구적 플라스틱 순환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진흥협회가 발행하는 세계적인 과학전문 주간지인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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