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로 본 대형 화재와 단열재/이승범 칼럼

이승범 기자 / 기사승인 : 2021-06-25 15: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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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안전시스템의 관리 감독 미흡으로 인해 생겨난 인재(人災)
대형 화재 시 가연성, 난연성 제품 아무런 차이 없어
계속된 화재 통해 단열재의 화재 안전 성능 의미 없음 확인돼

화재 진압 후 처참한 모습의 쿠팡 물류창고  


<단열재 생산업체, 불필요한 난연 성능 확보에 모든 노력과 비용 투입>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 17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를 보면서 안타까움 속에서 두 가지를 느끼게 된다.
하나는 대형으로 확대되는 화재는 어김없이 안전시스템의 관리 감독 미흡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단열재나 외부 마감재의 성능을 준불연으로 강화한 정부의 규제가 이 같은 화재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의 의문이다.
쿠팡 화재와 관련해 현재 경찰은 발화 지점과 신고 묵살, 스프링클러 오작동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물품 창고 지하 2층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멀티탭에서 불꽃이 튀면서 연기가 난 장면 등이 담겨있는 CCTV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조만간 밝혀지겠지만 사람이 존재하는 곳에는 어쩔 수 없이 화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화재 발생 시 안전시스템의 매뉴얼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했으면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쿠팡 측은 현재 신고 묵살과 즉각적인 조치 지연 의혹을 받고 있다.
물류센터 한 근무자가 “화재 당일 물류센터 내에 화재 경보가 한 차례 울렸으나 평소 경보기 오작동이 심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며 “하지만 약 10분 뒤 퇴근 체크를 하기 위해 1층 입구로 가던 중 C구역에서 D구역으로 연결되는 계단 밑이 연기로 가득 차 쿠팡 관계자에게 불이 난 것 같으니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불이 난 게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프링클러의 8분 지연 작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스프링클러의 오작동이 물류창고의 상품 손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쿠팡 측이 고의로 작동을 멈췄거나 지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의나 지연이 아니면 물류 창고 화재에 적합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된다.
쿠팡 물류센터는 이미 지난 2월 소방시설점검에서 277건에 달하는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프링클러 관련이 60건으로 가장 많았고 피난 유도 설비 부실 40건, 방화셔터 이상 26건으로 화재 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에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안전시스템 미비에서 발생한 고질적인 후진국형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참 한심한 상황이다.
그동안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지적해왔던 화재 안전시스템 작동이 되지 못한 채 판박이 화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난연 성능 확보 위해 건강에 치명적인 난연제 첨가도 문제>
특히 국토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은 화재 발생 때마다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법률까지 개정 해가며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무용지물이라 답답하다.
이번 화재에서 드러난 것처럼 화재 예방과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스프링클러, 방화셔터, 피난시설 구축 등 안전시스템의 구축과 감독·관리는 최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 등 관계기관이 이런 것 보다는 화재 사고와 크게 상관없는 부분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가연성 단열재와 외부마감재에 대한 화재 안전성능 강화라는 카드다.
대형 화재만 발생하면 모든 것이 이들 제품들의 책임인 냥 난연(준불연) 성능으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에 따라 애꿎은 유기단열재 생산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법규가 개정된 만큼 준불연 제품 생산을 위해 자본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모든 화재에서 근본적으로 피해를 키우는 것은 단열재나 외부 마감재가 아니라 소방법이나 건축법에서 규정한 화재 안전시스템의 미작동이다.
이번 사고는 전기로 인한 경미한 화재로 시작해 건물 내부에 보관된 가연성 택배 물품 등으로 번지면서 대형화재로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불이 붙자마자 스프링클러를 비롯해 기타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화재를 크게 키우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쿠팡 창고의 화재가 진압된 후의 건물 잔해는 처참한 모습이다.
가연성 제품뿐만 아니라 불연인 철골까지 휘어지고 녹아내린 상태다.
즉,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가연성, 난연(준불연) 성능 등 가릴 것 없이 웬만한 것들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화재의 예방과 사고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정확한 답은 있는데 국토부 등 관계기관들은 지엽말단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써 단열재 등을 규제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현재 유기단열재 생산업체들은 계속되는 화재 안전 성능 규제에 따라 준불연 제품 생산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
자본과 기술에 여유가 있는 업체는 그나마 낫지만 영세업체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한마디로 화재 시 크게 도움도 되지 않는 난연 성능을 확보하는데 모든 업체가 정열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난연제 


여기에 난연 제품의 비친환경성도 살펴봐야 한다.
가연 제품에 비해서 초동 화재에는 약간 강하지만 사람과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난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에 치명적인 난연제를 사용해야 한다.
난연제는 연소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을 물리, 화학적으로 개선하여 잘 타지 못하도록 첨가하는 물질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브롬계(할로겐계의 한 종류) 난연제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할로겐계 난연제는 성능은 뛰어나나 유해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각 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을 방출해 사람의 건강에 직·간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
어지럼증, 시각장애, 두통, 복통, 방향감각상실, 환각 등을 유발한다.

<단열재는 고유의 단열 기능과 친환경이 최우선 가치> 
이처럼 실질적인 화재 억제에 도움도 되지 않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난연 성능 제품 생산에 업체들은 매진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와 노력을 단열 성능이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으로 돌린다면 국가나 소비자에게 훨씬 도움이 될 텐데 안타깝다.
환경선진국인 유럽에서는 난연 성능보다도 단열재의 고유 기능과 친환경에 가치의 우선을 두고 있는 점을 관계 당국은 봐야 한다.
사람과 환경에 대한 악영향이 화재로 인한 피해보다도 훨씬 크기 때문이다.
화재 안전과 단열재에 대해서는 별개로 모든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화재에 대해서는 시스템상의 철저한 규제와 대책, 감독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화재와 단열재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지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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