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되는 정부 ‘탈원전’…‘그럼에도 원자력’

김슬기 / 기사승인 : 2019-03-30 18: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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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 통과·DC 획득 등 세계서 인정받는 ‘국내 원자력’
정부, 탈원전 대신 수출 유지한다?…“생태계 붕괴 해결이 다급”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작년에 이어 올해 에너지 업계에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탈원전’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 정책 공약 중 하나가 ‘원자력 제로’였기 때문이다. 문 후보 시절 강조했던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등은 전 세계적으로 부는 친환경 바람과 맞물려 당시 이슈화가 됐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계 뿐 아니라 학계, 정치권 등 다방면에서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기 시작했다. 친환경에너지, 신재생에너지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원자력의 효율은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은 다른 발전 시설들과 비교했을 때 연료비의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지난 2011년 3월 터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축소 정책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가 원전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추세다. 특히 아프리카나 동유럽, 동남아시아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이유로 원자력을 선호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World Nuclear Association)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 30개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450기로 총 발전용량은 약 392GWe이고 건설 중인 원전은 60기, 향후 건설계획 중인 원전이 167기로 집계되고 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2014)에 의하면 2014년 기준 379GW인 원자력발전 용량은 오는 2040년까지 60%가량 늘어 624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의 아사아 투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266기의 원전 건설과 1조 2,000억 달러의 투자가 전망되는 가운데 이 중 아시아가 절반가량인 7810억 달러를 책임질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한국은 중국에 이어 아시아 내에 정상권을 차지하고 있다.

◆ 세계 인정받는 ‘한국 원자력’…“동시 EUR 통과·DC 획득 ‘유일무이’”
특히 원전기술 자립을 위해 대한민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가압 경수로형 원전인 한국 표준형 원전은 세계 최고의 운영 실적과 풍부한 건설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발전소 운영능력을 나타내는 이용률(=(연간 총발전량) / (설비용량) * 24시간 X 365일) 면에서도 세계 평균(79.4%)을 훨씬 뛰어넘는 93.3%(2008년)를 기록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전의 설계부터 기기제작, 건설, 연료,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전 단계에 걸쳐 강력한 공급 체인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원자력 발전은 과거 기술 수혜국에서 현재 공여국으로 성장했을 만큼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가 수출하고 있는 APR 시리즈가 2017년 EUR을 통과했고 작년 9월 달엔 미국 NRC로부터 DC를 받았다“며 ”전 세계에서 양쪽에 동시에 인증과 심사를 통과한 국가는 우리나라 원자로 하나 뿐이고 NRC로부터 DC를 받은 나라는 미국 자국 외에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국의 원자력 기술 우수성을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유럽 수출 모델인 EU-APR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고, 지난해 10월에는 APR1400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네덜란드 수출로 유럽 첫발을 내디뎠다.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 ‘OYSTER 프로젝트’의 핵심기기를 완성해 발주처인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에 인도하게 된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델프트공대에서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에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4년 원자력연과 현대엔지니어링(주), 현대건설(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계약금 총 280억원 규모에 이 프로젝트를 수주해 국내 원자력 기술 사상 첫 유럽시장 진출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 원자력 산업 발목 잡는 ‘탈원전’…“생태계 붕괴 우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국내 원자력 산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제공한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작년 10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해 9600억 원 이상이 감소했고,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보다는 2조5000억 원이 넘게 줄었다.

작년 원전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적자를 낸 가장 큰 배경으로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안정성을 이유로 원전 비중을 점차 줄여 궁극적으로 제로에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80% 안팎으로 유지된 수치는 작년 65.9%까지 급감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의 동반 하락 등 다수의 부정적 요인도 도출되고 있다.

카이스트 정용훈 원자력양자공학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국내 탈원전 상황으로 한수원 뿐 아니라 한전도 적자 및 신인도 하락에 처했다”며 “공급망 붕괴 시작, 고급인력 이직 시작 등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강조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대신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이 부재돼 있고 생태계 붕괴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범진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정부가 수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사우디아라비아나, 영국, 체코 등 해외에 가서 말 한 마디 한다고 될 게 아니라 금융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가 수출에 주력한다면) 우선 생태계의 급격한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가 2020년 완공되면 창원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일단 수출을 하려면 원전 기기를 만드는 공장들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어 “이 생태계를 부활하기 위해선 먼저 신한울 3·4호기를 재개해 최소한의 물량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며 “일각에선 수출만 해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들은 하는데 그럴 경우 대기업은 살지 몰라도 창원에 있는 부품 공장들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원전 주기기를 생산하는 두산중공업 등의 대형 회사는 수출 확보가 가능하지만 보조기기를 만드는 소규모 공장은 보장이 힘들기 때문에 수출로는 생태계 육성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3·4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아울러 “타 기술 같은 경우는 개발해서 돈 벌어 오는 것을 강조하지만 원전 같은 일정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 해도 국가의 격이 높아지는 기술은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북한 핵 기술에 맞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원전기술뿐만 아니라 원자력 기술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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